쥬라기 공원을 기억하는가?
때는 1993년, 할리우드의 최고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거대한 공원을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 공원의 이름은 바로 '쥬라기 공원'이다. 필자의 그나마 어린 시절, 책에서만 보던 공룡들을 영화로 만났을 때의 그 희열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공룡들의 움직임이나 공룡 피부의 텍스쳐(질감)가 좀 별로였던 것 같지만, 어린 내가 느꼈던 감동은 상당했다. 쥬라기 공원은 일회성 영화가 아니었다. 93년, 1편을 시작으로, 1997년에는 쥬라기 공원 2편(잃어버린 세계)이 나왔고, 2001년에는 3편이 나왔다. 어느덧 필자는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이제 내 아이의 나이가 어릴 적 내 나이가 될 때쯤 쥬라기 시리즈가 다시 나왔다. 이제는 '쥬라기 공원'이 아니라,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쥬라기 월드의 주연으로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수장 스타로드 역을 맡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한 '크리스 프랫'이 맡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늠름함과 유쾌함이 쥬라기 월드의 '오웬 그래디'라는 캐릭터와 만나면서 2015년 쥬라기 월드시리즈 1편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편은 '폴른 킹덤'이라는 주제로 2018년에 개봉했고, 드디어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도미니언'이 2022년 6월 개봉했다.
쥬라기 공원의 레전드 소환과 국제이슈.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인 만큼 '쥬라기 공원'과의 콜라보가 눈에 띈다.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인 앨런 그랜트와 말콤 박사, 엘리 새틀러까지 등장해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오웬과 클레어가 이끌어가는 영화가 아니라 레전드와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영화가 진행되었다. 세계관의 연결과 확장은 마블이나 DC코믹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른 영화에서도 세계관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이번 영화에서는 공룡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식량(문제)에 대한 부분도 다룬다. 가령 영화의 빌런들이 유전적인 특성을 특정 회사가 공급하는 곡식에 투입해서 메뚜기 떼가 특정회사의 곡식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타사의 곡식을 다 먹어버리는 것이 나온다. 정말 끔찍한 설정이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어떤 이유도 쥬라기월드에 거대 메뚜기들을 투입해, 메뚜기 월드로 만들었는지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이 세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볼 때 한편으로는 수긍이 간다. 식량 및 곡식의 유통을 일원화해서 돈을 벌려는 국가,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다른 곡식의 주요 생산국들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요즘 아닌가?
관객수가 반토막이 난 이유?
2015년 쥬라기 월드가 개봉한 후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국내 관객 554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18년 폴른 킹덤도 마찬가지로 국내 관객 566만 명을 불러들이며 오히려 전작보다 더 큰 흥행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2022년 6월 최근 개봉한 도미니언은 단 283만 명에 그치며 지난 두 편의 관객 수의 절반에 그쳤다. 관람객의 평점도 과거 8점 후반대를 기록하던 것이 6점 후반대로 뚝 떨어졌다. 다들 아시다시피 관람객 평점 6점 대면 정말 재미없어서 보지 않는 영화 아니던가? 쥬라기 월드의 레전드들이 등판해 마지막을 함께 장식했건만,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많은 관객들이 후기로 남긴 내용들을 유추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는,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하는데 원년멤버 보는 재미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만큼 스토리 부분에 신경을 못썼다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사실 폴른 킹덤 이후로 공룡들이 이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되었다는 설정도 너무 난해했고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마블이나 DC처럼 완전히 영웅물 같은 판타지와 현실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있는 쥬라기 시리즈는 이 긴장감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허구적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쥬라기 시리즈의 팬들도 많이 실망했고, 그나마 우리 레전드들의 등장으로 추억이 강제소환되며 그나마 2시간 남짓을 버티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지적으로 쥬라기 월드가 아니라 메뚜기 월드였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쥬라기 월드를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생각나는 것은 온통 거대메뚜기 밖에 없었다. 정말 임팩트는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공룡들은 생각조차 나지 않아서, 줄거리를 다시 한번 아내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임팩트가 좀 공룡에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는 뻔한 결말, 그리고 반복되는 결말이다. 매번 쥬라기 월드의 마지막 장면은 공룡들끼리의 결투 장면이다. 거대 공룡들이 서로 싸우거나 거대 공룡을 대상으로 랩터 군단이 싸우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전편과 오버랩되니 이게 저거 같고, 저것이 이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탑건과 같은 아련하고 진한 향수가 느껴지기는 커녕, 몸이 베베 꼬이는 지겨움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마지막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어쨌든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게 과연 마지막일까 싶다. 분명 한 15년 정도 지나면 새로운 쥬라기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가령, '쥬라기 리턴즈'라든지, '쥬라기 퓨처'같은 아듀성 영화가 분명히 다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사람들이 공룡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는 한, 공룡 영화는 '쥬라기'라는 이름을 달고 계속해서 나오리라 본다. 쥬라기 시리즈를 정말로 당분간 기억 속 저 멀리로 떠나보내면서 감사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도 어릴 적 내 상상력을 자극해준 것에 대해 감사, 책에서만 봤던 공룡을 뭔가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한 감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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