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약성경의 이해를 위한 결과
신약성경은 허공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및 정신사적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 예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조세령(인구조사)으로 말미암아 유대 민족의 반로마적 감정이 또다시 요동치던 시기에 성장했다. 그 시대에 셀롯인 종교 집단이 형성되었다. 그들은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지금 이 땅 위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 했다.
백성들 사이에는 특정한 희망과 갈망이 확산되었다. 묵시적 기대(우리는 종말 시대에 살고 있으며 곧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가 온다)와 메시아적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였다(우리는 메시아를 기다린다. 그는 이방인을 이 땅으로부터 쫓아내고, 하나님 나라를 지상에 세우는 사람이다. 이러한 기대에 따르면 어떤 이는 예언자적 메시아를 보다 강하게 고려했고, 다른 이는 제사장적 메시아를 고대했으며, 매우 많은 사람들은 강력하게 왕적 및 국가적 메시아를 상고했다).
예수는 대략 기원후 28-30년경에 등장하여 가령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그 당시 유대인이 가지고 있던 구원적 기대의 핵심개념을 받이들이셨다. 이 때문에 사람들 역시 예수를 만날 때도 그와 상응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예수의 말씀은 동시대 유대인이 그 단어와 결부시켰던 표상에 대해 강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예수는 부분적으로는 동시대인의 사고를 받아들였고,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생각을 추가하였으며, 부분적으로는 유대인의 사고를 부인하였다. 이것은 그 땅 주민의 하나님 이해와 예수의 하나님 이해의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정화하게 알아야만 한다. 그때야 비로소 예수의 선포에 대한 독특성이 명백하게 부각된다. 사실상 한편으로 구약성경은 널리 만연된 생각을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구약성경 이후에 저술된 많은 유대교 문헌과 그리스 문헌은 동시대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그러한 문헌은 가령 사람들이 예수 시대에 구약성경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한 실례 : 사탄에 관한 견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욱더 발전하였다. 구약성경에서 사탄은 고발자, 하늘의 검사, 대적자를 의미한다. 랍비에게서 사탄은 타락한 천사이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인간을 죽음으로 이끈다(죽음의 천사). 묵시주의적 사고에서 사탄은 마귀(그리스어, 디아볼로스) 또한 벨리알(Belial)로도 언급되며 즉 악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는 '이 세계의 왕'으로서 이 세계를 다스린다. 신격화된 로마의 황제가 사탄과 연루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사탄은 한 나라의 주인으로 마귀는 그를 위해 일한다. 예수 시대에는 예를 들어 창세기 3장과 사탄이 서로 동일시되었다. 그러나 사탄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된 모든 능력에도 불구하고 사탄은 하나님의 능력에 따라 제약을 받는 실체로 남아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약성경에서도 사탄은 하나님도 아니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신도 아니었으며, 따라서 사람들은 마귀에게 영광을 돌리지 않았다. 사탄은 단지 하나님이 정해놓으신 한계 속에서만 활동할 뿐이다. 예를 들어 사탄은 예수를 유혹하고, 예수의 육체적 생명을 노리기도 했지만, 그는 예수께 일격을 받고 패배한다. 인간의 전형인 아담은 유혹에 굴복하지만 예수는 마귀의 유혹에도 하나님과 멀어지지 않았다. 광야에서도 그리고 그의 삶 가운데서도 또한 십자가 위에 달려 있을 때에도 그랬다. 구약성경을 넘어서까지 발전된 사탄론(=사탄에 대한 가르침)의 사상 없이는, 이러한 실례가 보여주듯이 신약성경의 특정한 중요 진술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후, 그분의 제자와 그후 최초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안에서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예수는 바로 하나님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보내신 분이다. 사실 제자들은 모두 유대인 출신이었고 또한 그들은 동시대인의 견해와 희망 사이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들은 그들의 메시지를 무엇보다도 동시대의 유대인에게 선포했다. 그들 역시 예수와 마찬가지로 허공 상태에서 등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은 익히 잘 알려진 기대와 표상과 관련해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야만 했다. 예수는 구원자요, 세계에 구원을 가져온 분이며, 하나님 나라를 세운 분이며, 유대인과 또한 이방인이 기다려 왔고, 기다리는 바로 그분이다. 이것을 진술하기 위해 제자들은 메시아 및 그리스도 칭호를 사용하거나, 가령 예수가 하나님과 무조건적으로 가까운 사이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이때 그들은 이미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잘 알려진 표상을 재해석했다. 이는 예수가 그러한 표상과 일치하지 않거나 또는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예수의 나라는 사실 '이 세계의 나라'가 아니었다.
위에서 묘사한 시대적 사건 없이는 신약성경을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복음서를 해석함에 있어서, 가령 마태와 누가가 그들의 복음서를 기록할 당시 이미 유대 전쟁은 종식되었고, 예루살렘은 파괴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여러 황제가 철저하게 명령한 황제 제의(로마 황제의 형상에 희생제물을 드리도록 강요했다)는 특정한 시대의 그리스도에게는 진실로 신앙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언제나 세계 제국 로마의 통일성은 복음의 사자들이 선교사역을 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로마의 도로 연결망인 로마의 평화와 그 당시의 세계어인 그리스어가 제국의 개별적인 부분을 결합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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