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인간 예수의 진정한 의의를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하여 교회사의 과정 속에서 다음과 같은 역설을 진술했다. 예수는 참(=실제) 하나님이시고 동시에 참(=실제) 인간이시다."
신약성경으로부터 도출된 이러한 이중적인 진술은 인간의 이해로는 파악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가 자기가 믿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행위 또는 이 세계의 모든 현실을 인간의 생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만약 내가 인간의 이성으로 존재 가능한 것과 존재 불가능한 것,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의 기준을 분별한다면, 나는 전능하고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성의 전능성을 믿는 것이다. 신앙인은 바울처럼 겸손하게 다음과 같은 신앙고백을 하게 될 것이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을 찾지 못할 것이로다"(롬 11:33). 우리는 다음의 내용을 통해 예수가 '참 인간'이라는 진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1. 시간과 공간에 속해 있는 인간 예수
모든 인간처럼 예수는 한 여인으로부터 태어나셨다. 그는 실제 인간이셨고, 단지 인간적인 외형만을 가지고 있는 신적인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
복음서가 예수의 모습을 묘사하는 일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정도 예수의 모습을 구성할 수 있다. 예수가 공개적으로 등장하실 때, 그 나이는 대략 30세 정도였다. 갈릴리 출신의 다른 유대인처럼 예수는 어두운 갈색 눈과 검은 머리 그리고 얼굴에 수염이 있었다. 평소에 그는 발까지 내려오는 속옷을 입으셨고, 그 위에 허리띠를 두르셨다. 속옷 위에는 덧옷으로 숄을 걸치셨다. 머리는 어깨를 덮었고, 햇볕에서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보자기로 가리셨다. 사람들은 돌이 많은 땅에서 샌들을 신음으로 발을 보호했다. 예수는 자연적인 인간의 조건 속에서 사셨다. 그분은 음식을 먹고 마심으로 자신의 몸을 유지하셨다. 그분에게도 휴식과 수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분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삶과 활동을 위한 힘을 얻으셨다. 예수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적 동요 역시 낯설지 않았다. 그는 멸망에 처한 도시 예루살렘 때문에 눈물을 흘리셨다.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소란함을 보시고, 그분은 거룩한 분노에 휩싸여서 돈을 바꾸는 자들과 동물을 파는 자들을 성전에서 쫓아내셨다. 예수는 자신의 병든 친구 나사로 때문에 애통해하셨고, 그가 이 세상에서 죽게 되자 몹시 비통해하셨다. 그분은 죽음 앞의 공포를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심으로 극복하셨다.
2. 우리와 같은 인간 그러나 죄는 없다.
모든 인간처럼 예수도 시험에 노출되어 계셨다. 그러나 그분은 유혹 앞에서도 의연하셨다. 예수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분의 삶은 "죄를 알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분은 우리 인간을 위하여 "오직 흠 없고 점 없는 어린양"으로 자기 자신을 죽음에 내놓을 수 있으셨다.
신약성경은 예수가 어떻게 죄 없이 살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예수가 죄를 짓지 않고 사셨다는 것 또한 십자가에서 죽을 때까지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께 온전히 순종하시고, 그분과 완벽하게 조화되는 삶을 사셨음을 우리에게 증언한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8). 하나님께 대한 예수의 무조건적 순종과 그의 무죄하심은 우리 인간적 이성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예수의 인간적인 한 측면을 다시금 보여준다.
예수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과 완벽하게 결합된 삶을 사셨다. 예수의 삶과 활동에서 동반되는 그분의 기도에 대한 많은 복음서의 관련 구절은 이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분은 감사와 신뢰를 통해 하나님께 의존하는 삶을 사셨다. 하나님의 뜻은 예수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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